Tuesday, November 9, 2010

한국 템플스테이 운영자 해외연수 현장...법보신문


템플스테이 운영자 스님 50여 명은 13~18일 캄보디아와 베트남을 순례했다. 사진은 캄보디아사원 왓 보퉁 께소르에서 봉행한 합동법회.
1700여 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목탁소리로 새벽 미명 속 온갖 생명을 깨우며 우주의 시작을 알렸다. 숲과 강에서 온 우주와 자신과의 관계를 찾았다. 미물들을 위해 수체구멍에 함부로 뜨거운 물을 붓지 않았다. 적은 음식도 남기지 않아 남은 음식을 먹는 아귀의 고통을 덜었다. 차로 몸과 마음을 맑게 했다. 오랜 세월 한국 스님들의 산사 생활이다.
많은 이들이 스님들의 수행문화를 느끼고 체험하고자 산사에서 며칠을 묵었다. 템플스테이는 그렇게 시작됐다. 외국인들은 템플스테이를 통해 한국문화와 불교를 배웠다. 1700여 년 동안 한국인의 뇌리에 각인된 불교를 온몸으로 체험한 것이다. 발우공양을 하고, 포행으로 자연 속 나를 느꼈다. 스님들은 거리낌 없이 산사의 생활을 공유했다.
산사에서의 하룻밤 템플스테이. 일반인 및 외국인들과 산사의 하룻밤을 함께해오던 스님들이 산문 밖을 나섰다. 한국과 한국문화의 정수인 불교를 알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더 넓은 품이 필요했던 것이다. 아시아 국가의 불교를 이해하며 전통불교문화를 찾는 이들을 위한 환경을 배워 한국문화의 정수, 불교를 제대로 알리기 위해서다.
템플스테이를 시행하는 전국의 조계종 사찰 109곳에서 운영자와 실무자 121명이 한국불교문화사업단(단장 종훈)이 주최하는 해외연수에 참가했다. 운영자와 실무자들은 지난 9월 6일부터 11일, 9월 13일부터 18일까지 두 차례에 걸쳐 캄보디아와 베트남 불교를 찾았다. 이 가운데 운영자인 스님들 50여 명은 2차 연수에 참여, 세계 7대 불가사의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앙코르와트 등 세계인을 매료시킨 캄보디아의 불교문화를 거쳐 베트남을 순례했다.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순례

앙코르와트를 순례하는 템플스테이 운영자 스님들.
첫 순례지는 ‘도시의 사원’ 앙코르와트였다. 앙코르와트는 12세기 초 수리아바르만 2세가 건립했다. 당시 물건을 측정하는 도구가 없어 사람 팔뚝 길이로 모래 바위들 측량해 바위를 옮겨 차곡차곡 쌓아 37년 동안 만들었다. 그럼에도 사원 건물의 각 길이 오차가 1cm 불과할 정도로 세밀하며, 내부에 조각돼 있는 부조물들은 최고의 예술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종교적 건축물로도 가장 큰 규모다. 중앙에 솟은 탑은 수미산을 나타낸다고 한다.
신기하게도 캄보디아 내 사원들은 대개 동쪽을 바라보나 앙코르와트만은 유일하게 서쪽을 향하고 있다. 또 수리아바르만 2세가 자신의 묘로서 건립했기 때문에 ‘죽음의 사원’이라 불리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과학적으로 앙코르와트는 태양과 달의 움직임을 반영하고 천문대 역할까지 하는 등 우주의 변화를 표현한 사원임이 밝혀졌다고.
비록 왕의 강력한 의지에 의해 세워진 사원이었지만 천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한 불교문화유산은 캄보디아의 지극한 신심이 빚은 경외 그 자체였다.
템플스테이 운영자 스님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1700여 년 동안 한국문화에 면면히 흘러 내려온 한국불교 스님들의 정신도 그에 견줄 만 했다. 산사에서의 하룻밤에서 어떻게 더 효과적으로 한국문화의 혼을 체험하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들이 스쳐 지나가기도 했다.
연수에 참여한 한 비구니 스님은 “세계에서 우리의 불교문화를 보러 올 수 있게 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우선 내 것이 무엇인지 가장 잘 알아야 하겠다”고 토로했다.대승불교의 흔적도 찾았다. 200개의 관세음보살 얼굴이 조각된 54개의 탑들이 스님들을 맞았다. 자야바르만 7세가 12세기 말에 건립한 바이욘 사원이다. 바이욘 사원은 왕족이 아니었던 자야바르만 7세가 당대의 종교를 다 포용할 수 있는 정치적 도구로써 대승불교를 채택해 지은 사원이라고 가이드는 설명했다. 때문에 중앙탑을 제외한 다른 탑 하단에는 힌두교의 흔적이 자리하고 있었고, 외벽에는 자야바르만 7세의 성전 장면이 묘사돼 있었다. 자야바르만 7세는 왕위에 올라 새 왕도를 중심으로 바이욘 사원을 건립, 이곳을 수미산으로 선정했다고 한다.
이어 3천 명에 가까운 스님들이 살았던 대사원인 타프놈 사원에 다다랐다. 자야바르만 7세가 어머니를 위해 조성한 사원이다. 90년 간 캄보디아를 지배했던 프랑스인들이 심어 놓은 나무로 인해 곳곳이 훼손돼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스리랑카로부터 소승불교를 전수받은 캄보디아 스님들은 아침 탁발과 오후불식을 철칙으로 삼는다. 이는 모든 캄보디아 국민들에게 존경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마침 캄보디아는 음력 7월 보름부터 석 달 간 우안거 중이었지만 캄보디아 승왕 뗍봉 스님이 출가했던 사원 왓 보툼 께소르를 방문했다. 이 사원은 캄보디아 유력 종단인 테라바다 종단의 큰스님이자 4대 고승 중 한명으로 추앙 받는 쁜셈 스님이 주지였다. 템플스테이 운영 스님들은 캄보디아 스님들과 합동법회를 봉행했다. 사원에 삼귀의와 반야심경이 울려 퍼졌다. 이어 캄보디아 스님들은 자국의 법회 방식대로 염불과 함께 절을 했다. 이윽고 스님들은 마주 앉았다.
현지 스님들과 합동법회
쁜셈 스님은 “언어와 문화는 다르나 불교로 인해 한국과 캄보디아는 마음과 정신이 하나”라며 “자주 왕래하며 지속적인 우호관계를 이어 가길 바란다”고 말을 건넸다. 그러자 종훈 스님은 “앙코르와트 등을 순례하며 유구한 불교문화를 배웠으며 이는 한국의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더 풍요롭게 할 것”이라며 “양국의 불교교류를 위해 캄보디아 스님들이 한국에서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지 알아보겠다”고 화답했다.
한편 템플스테이 운영 스님들은 왓 보툼 께소르 방문 전 로터스월드의 BWC에 십시일반 1000불을 모아 보시했다. 스님들은 형편이 여의치 않아 이곳에 머무는 아이들과 손을 잡거나 포옹하며 따듯한 정을 나눴다.
캄보디아 씨엠립=최호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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